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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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의 십 이 월

십 일 월엔 생일이 있었다. 달이 끝날 즈음 날이 위치하다보니 자연스레 뒤늦은 축하들을 달을 넘겨 받곤 했다. 올해는 유독 받은 것들이 많은 생일을 보냈다. 생각도 못한 마음들이 정직하게 또 예쁘게 다가왔다. 그래서 무척이나 고맙고 감사했다. 지난 이야기들을 남겨놓은 사진들과 함께 기록해둔다. 나의 십 이 월이 이렇게나 과잉이었다고. 넘치듯 좋았노라고. 딸기맛 기호식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딸기는 그저 딸기일 때 아름답다. 맛도 제일 좋고. 겨울에 생딸기를 원없이 먹는 사람만큼 부러운 사람이 또 있을까. 아무튼 딸기맛 우유라니, 나로서는 일 년에 두 번이나 찾아 먹을까 한 그런 음료다. 이 날은 임여사와 아침 목욕을 마치고 먼저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사우나에 이날 따라 뚱땡이 바나나 우유는 없고 뚱땡이 딸..

12_생일

생일 축하해.생일 축하해요.   기억들에게 되물어 보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만큼 시간이 흐른 탓도, 또 그만큼 당신으로부터 내가 무뎌진 탓도 있을 거다. 반말과 높임말을 내 멋대로 섞어 사용했었지. 내 마음 가는 대로 그렇게 억지스럽고 우악스럽게 굴었는데 어떻게 당신은 내 곁에, 언제는 저 떨어진 발치에 오래 머물러 있었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사랑이었겠지. 그것 외에는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분명하고 정확한 사랑이었을 테지. 뒤늦은 감사, 뒤늦은 후회, 뒤늦은 사랑. 언제나 당신보다 박자가 느린 나는 이렇게 엉금엉금 뒤를 쫓는다. 감사도 후회도 모두 담은 사랑까지.    아직도 불쑥불쑥 눈물이 난다. 정말이지 불쑥.어느 밤엔, 어두운 당신 사진을 밝게 명도를 끌어올려 다시 보았는데,..

seek; let 2014.12.05

카트, 2014

곧 극장에서 내릴 것 같아 의무감(?)을 보태어 예매를 했다. 영화의 포스터와 카피는 이 영화가 건네고자 하는 모든 것을 예상하게 한다. 같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부당하지만 넘어설 수 없는 권력 앞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그저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 호소한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 단순함을 부탁한다. 이모 생각이 많이 났다. 더불어 우리 엄마 생각까지도. 이모는 대학병원의 청소노동자다. 환갑을 넘긴, 수족을 쓰는 데에 무리가 될 법한 질병을 아직, 앓고 있지 않은 여성이 사회에서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제한적이다. 내가 알고 있는 시간으로만 따져도 이모가 병원에서 일한 시간은 오 년이 넘는다. 외가 친척 모임 등의 자리에서 일 년에 두어 번 만나고 종종 전화로 안부를 묻는 이제까지의 시간..

⌳ precipice,/see 2014.12.05

온도가 간절했는지

/ 나의 오랜 친구. 연애 중인 그녀는 요즘 애정관계에서의 고민이 많은지 도통 마시지 않던 술을 마시고 있다. 뭐 나야 죽마고우와 그토록 좋아하는 술을 함께 마실 수 있으니 환영할 일이긴 하다만, 자고로 술은 기쁜 일로 마셔야 더 맛있는 법인데 녀석의 최근 음주 목적은 '으잌 빡 쳐. 증말.' 분노의 해소이기 때문에 함께 잔을 부딪히면서도 마음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언제나 나의 소중한 이들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는 나와 우리들이기 때문에, 깊게 들어주고 크게 공감하며 꾸짖어야 하는 일은 굳이 덮지 않는다. 모쪼록 잘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허나 멀지 않은 곳에 있어준다. 애인이 있음에도 왜 너는 나와 평화와 치유의 상징 러버덕을 보러 가는가. 11월 14일 이후 석촌호수에서 철수했다고 하니 이제는 ..

늦여름의 우리

/ 내 사진은 물론 지인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업로딩을 한참 피해왔는데, 위 사진은 오래오래 이 서버의 데이터로나마 간직하고 싶어서 이렇게 페이지 한 장을 꾸린다. / 나의 오랜 친구들. / 혜자의 애인을 소개받는 날이었다. 몇 달이 되지 않은 관계였지만 나와 할매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 했다. 각자의 삶이 바빠 자주 얼굴 보는 것도 힘든 우리는 시간을 맞췄다. 8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 아마도 8월 31일. 마지막 더위가 있는 힘껏 자신을 뽐내려 하던 날, 우리는 홍대에서 만났다. 철이가 일하고 있는 온다살몬에서. 철이라고 불러본 지 무척 오래되어서 지금 되게 어색한데, 내 블로그에는 모두 별명을 적는지라 이 낯섦을 어찌어찌 극복해야지. / 철이가 찍어 준 폴라로이드 사진 두 장.(진짜 어색하네 철이라니..